cafe
습기가 찬 방
기도사였던 이노라는 여성이 체험한 이야기다.
그녀가 가진 능력의 진위는 일단 제쳐두겠지만 지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사람인 것 같다.
어느 날 초췌해진 남성이 이노를 찾아왔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몰린 것 같은 그를 일단 진정시키면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무래도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남성(가칭으로 카즈유키라고 하자)의 외동딸이 16살 생일을 맞이한 다음날에 자기 방에서 목숨을 끊었다.
유서 같은 건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도 자살 징조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한때는 부모가 의심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돌발적인 자살이라는 점 말고는 결론은 나오지 않고 결국 자살로 사건이 결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로 기묘한 사건이 이어지는 것 같다.
죽었을 당시 상태 그대로 둔 딸의 방에서 쾅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카즈유키는 말했다.
또 귀를 기울여 보면 삐걱삐걱 천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나 "크윽, 크윽."하고 신음하는 소리까지 들리게 된 것이다.
이 현상에 아내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지금은 생가로 돌아가서 요양 중이다.
카즈유키는 일 때문에 아직 집에 있지만 매일 부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이 괴기 현상에 점점 심신이 지쳐갔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도 이상해질 거라고 생각하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도사인 이노에게 부탁한 것이다.
당장이라도 해결해 달라는 카즈유키의 요망으로 다음날 이노는 그 집, 아니 그 방을 방문하기로 했다.
"저는 들어가고 싶지 않으니 죄송하지만 부탁 드립니다."
기묘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자기 딸의 방에 들어가는 걸 내키지 않아한다니. 카즈유키의 말에 이노는 내심 어이 없어했다.
죽은 딸을 동정하면서 방에 들어간 순간 먼저 이노는 비정상적인 습기를 느꼈다.
이때 계절은 겨울이었다.
하지만 그 방에는 장마철 실내에 세탁물을 잔뜩 널어둔 것 같은 그런 불쾌한 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아, 이건 뭔가 이상한 게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천장을 올려다보니 이노는 거기에 흔들흔들 힘없이 흔들리는 소녀를 보았다.
얼굴 부분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고 그 안개 속에서 뚝뚝 끈적거리는 액체가 떨어지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졸도할 광경이지만 오랫동안 기도사를 해왔던 그녀는 동요하지도 않고 마지못해 그곳에서 발길을 돌렸다.
방에서 들려온다는 소리의 정체는 예상했던 대로이니 이제는 그 취지를 카즈유키에게 전해서 본격적으로 처치를 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거실에 가니 카즈유키는 테이블 위에 고개를 숙이고 귀를 막은 채로 떨고 있었다.
이노는 그런 그를 달래며 지금 본 것을 전했다.
"목을 맨 채로 성불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묶인 모양이네요."
그러자 카즈유키는 고개를 들더니 천천히 이렇게 말했다.
"...저희 딸은 손목을 긋고 죽었어요. 목 같은 거 매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거, 매일 저렇게 삐걱삐걱 소리를 낸다구요."
이노는 굳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카즈유키는 지쳐서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저거 대체 뭔가요?"
...여담이지만 그 집은 새로 지은 건물로 예전에 그곳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기록도 없다고 한다.
이노는 그 후 이 사건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전하고 돈을 돌려 준 뒤 반쯤 억지로 손을 뗐다.
"가끔씩 있단 말이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놈."
그렇게 말한 이노는 몇 개월 전에 가슴에 큰 병을 앓고 사망했다.
이건 그녀가 생전 총애하던 친구가 그녀 본인이 사망한 후에 내게 말해준 이야기다.
카즈유키랑 그 방이 어떻게 되었는지까지는 모르는 것 같다.
ㅊㅊ - 괴기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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