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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다 쎄했던 썰
직접 겪은 얘기 올려도 되는거겠지...?ㅋㅋㅋㅋ
눈팅하다 갑자기 생각나서 다들 조심하라고 써봄
때는 몇년전 한여름이었는데 한창 밤새 게임하고 이럴때라 체력이 완전 바닥이었어
내가 좀 급발진하는 성향이 있어서 마침 근처에 북한산이 있어가지고 등산을 가기로 함
알아보니까 둘레길이 잘 돼있길래 하루에 코스 하나씩 다녀보기로 하고 쿠팡에서 모자랑 팔토시(여름이니까...ㅋㅋ) 시켜서 담날 새벽에 무작정 출발했어
등산 암것도 모르니까 위험하다는 생각도 크게 못하고 걍 흰티에 레깅스 런닝화신고 작은 천가방에 생수병 하나 커터칼 하나 폰 이렇게 챙겨서 덜렁 출발함
새벽이라 시원하고 좋았는데 사람이 진짜 없는거야 ㅋㅋㅋㅋ 겁 없는편인데 혼자 산속을 계속 걷다보니까 생각보다 어둡고 조용하고 멧돼지 주의 천막 보니까 어 ㅅㅂ 이거 ㅈ되는거 아냐? 하고 슬슬 무서워져서 노래 듣던 이어폰도 빼버리고 한참 걷는데
생각보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 갈림길도 많아서 헷갈리니까 폰에 지도 켜놓고 중간중간 알림판 있으면 멈춰서서 트리플체크하고 그러면서 천천히 가고있었음
날 슬슬 밝아오니까 등산복 입은 사람들도 간간이 보이고 해서 좀 ㄱㅊ아져서 씩씩하게 걷고있는데 아~무도 없는 갈림길 중간에 어떤 할아버지가 걷고있는거
근데 차림새가 나보다 가벼웠음 얇은 반팔 반바지에 신발은 슬리퍼인가 샌들인가 하여간 걍 동네 마실 나온 차림새?
난 걍 무서운데 사람봐서 반가움+오 ㅋㅋ 고인물인가 하고 멈춰서서 지도 한번 봐야겠다~ 하는데 그 할아버지가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니까 날 자꾸 힐끗거려
첨엔 걍 젊은애가 이시간에 혼자 등산하는게 신기한갑다 했는데 자꾸 안걸어가고 그 자리에 멈춰서서 날 흘끗대는거야
여기서 뭔가 본능적으로 쎄함이 느껴져서 무조건 저사람 먼저 보내야겠다 하고 거리두고 멈춰서 나도 지도보는척 밍기적거리는데 계속 안 보는척 힐끗대면서 내 주위를 맴도는거
그러다 내가 아 이거 내가 강경대응 안하면 사단나겠다 했던게 이 할아버지가 내가 자기 경계하는걸 눈치챈건지? 갑자기 허리를 굽혀서 신발끈을 묶기 시작하는데 뭔가 묘한거임
보니까ㅋㅋㅋㅋ 끈도 없는 샌들에 어설프게 헛손짓하면서 벌어진 다리 사이로 날 쳐다보고 있는거
본능적으로 눈 안떼고 가방 뒤져서 칼 꺼낸다음에 드르륵 날 꺼내서 보여줬음
표정으로 최대한 의사전달하려고 노력도 했어 뭐가됐든 선빵치면 너도 반병신될 각오해라 약간 이런생각 하면서 존나 노려봄
그러니까 무표정으로 서서 한참 나랑 대치하다가 갑자기 휙 등돌려서 걸어가는데 등산로도 아니고 걍 산 중간으로 척척 올라가서 금세 사라짐
한 1분? 서로 노려보면서 있었던거같은데 ㄹㅇ 1분이 1시간같았음...
주변에 얘기하니까 혼자 등산하는게 진짜 위험한거라고 뭐라하더라고... ㄹㅇ 멍청;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서 커터칼 하나로 뭘 할 수 있었겠나 싶은데 그거조차 없었음 어땠을지...ㅎ
다들 등산은 안전한 시간대에 친구들과 함께하기,,,
- 선택됨
헐 신발끈 묶는 척 하는게 진짜 소름돋는다… 그래도 잘 대처해서 아무일도 없었어서 다행이야ㅜㅜ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