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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겪은 이야기
밑에 글 정주행하다가 번뜩 생각나서 씁니다
약 10년 전쯤에 주말 오전 10시 정도에 학원에가고있었어요
밑에는 그 장소 로드뷰입니다.
학원에 가려면 저 다리를 건너야해서 혼자 걸어가는 중이었고 차가 거의 한두대밖에 다니지 않아 한산했어요
그런데 어떤 주황색 택시가 길가에 서더니 앞 좌석 쪽 창문을 내리면서 저를 부르는 겁니다
기사님이 ㅇㅇ아파트 주소를 적은 종이를 펼치더니 여기로 가야하는데 자기가 네비게이션을 만질 줄을 몰라서 학생이 좀 도와줄 수 있겠냐 하더라고요. 뒤에 할머니가 이 주소로 가셔야 한다면서요.
자연스럽게 뒤에 앉아계시는 할머니랑 눈이 마주쳤는데 분홍색 보자기를 안고계셨고 생글생글 웃는 상에 인상이 좋은 할머니였어요.
그런데 ㅇㅇ아파트는 저 길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파였고 제가 손으로 그쪽을 가르키면서 “저기가 ㅇㅇ아파트에요. 그리고 저도 네비게이션 만질 줄 몰라요“ 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귀찮은 마음이 컸습니다.
기사님은 자기가 이 동네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며 그러지 말고 학생이 이쪽으로 와서 네비게이션 조작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시더군요. 젊은 친구니까 이런거 잘 다룰거 아니냐면서....저보고 몸을 숙여 앞좌석 창문쪽으로 집어넣고 네비를 만져달라는 거죠.
사람의 촉이라는 게 참 기묘한게 처음에는 어른이 이렇게 까지 부탁하시니 도와드릴까 하다가도 갑자기 너무 이상하고 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목적지에 다 와놓고 어딘 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고 택시기사가 네비를 조작할 줄 모른다는 것도 이상했고 무엇보다 뒷자석에 타서 생글생글 웃고있는 할머니가 왜인지 모르게 정말 이상했어요...
평소에는 저기가 되게 막히는 구간인데 그 날따라 주변에는 정말 차 하나 다니지 않아서 내가 몸을 숙여서 창문으로 넣으면 아저씨가 나를 잡아당겨서 출발해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저 진짜 몰라요 하고 도망가다싶이 걸음을 재촉하고 다리 위 쪽으로 가는 척 하면서 밑으로 빠진 후 저 택시가 나를 쫓아오는지 봤어요. 다리 위로 올라가면 도망칠 방법이 탄천으로 뛰어내리는 방법 밖에는 없어서 다리위로 가기가 무서웠어요.
그 주황색 택시는 그 주변을 한 10분~15분 다른 데 가지않고 천천히 배회하더군요. 그리고 제 짐작일 수도 있지만 그 뒤로 봉고차 한대도 멀리 떨어져서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아마 조수석에 몸을 집어넣었으면.....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겠죠? 정말로 네비를 못다루는 택시기사였을 수도 있지만...ㅎㅎ..
아직도 그 날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테이블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서 글 씁니다
늘 잘 보고 있어요
- 선택됨
헐......소름끼친다...진짜 사람이 젤 무서운거 같아
그래두 쓰니가 현명하게 잘 빠져나와서 다행이야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