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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팽

인생와인은 늘 망빈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명성 있는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르 팽은 이른바 오리지널 ‘게라지 와인(Garage wine)’이며, 이는 이 와인이 포므롤에 위치한 아주 평범한 농장의 지하실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도원은 아주 수수해서 스스로를 ‘샤토(Chateau)’라 칭하지 않고, 인근 소나무의 이름을 따 포도원의 이름을 지었다.

티앵퐁 일가는 오랜 기반을 가진 벨기에의 와인 상인으로, 마고 지역의 샤토 라베고르세-제데와 코트 드 프랑의 다른 포도원들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1979년 미망인 마담 로비에로부터 르 팽을 매입 했다. 마담 로비에는 이때까지 1헥타르에 이르는 포도밭을 항상 유기농법으로 경작했으나, 아무 이름 없이 ‘포므롤산’으로만 표기하여 포도를 팔았다. 아주 작은 포도밭을 가진 르 팽은 매해 고작 600~700 케이스만을 생산한다. 샤토 라피트 로쉴드가 일년에 약 29,000 케이스를 생산하고 페트뤼스조차도 약 4,000 케이스를 생산하는 것과는 좋은 대비를 이룬다. 희귀성과 국제적인 높은 수요가 맞물려 르 팽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습을 타파하고 쾌락을 숭배하는 듯한 르 팽은 종종 클래식 보르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괄시를 받는데, 이는 르 팽이 스타일과 재정적인 면에서 오랫동안 그 맥을 이어온 보르도 와인의 질서 체계를 와해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람 좋은 쟈크 티엥퐁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와인 가격에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철학적이다. “나는 은행가가 아니다. 그러나 와인을 사서 그 가치가 떨어진다면, 언제든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종이 한 장을 사고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그 종이를 먹어 치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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