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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지 - 절도 (1981)
거의없다
왼편 저 멀리서 폭풍이 밀려온다. 작은 섬을 후려치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저것이 차라리 한 무더기 핀 구절초, 쑥부쟁이였으면 좋으련만. 하나하나 쌓아올린 검은 돌담을 금방이라도 무너뜨릴 기세다. 초가지붕도 위태롭다. 외로이 솟은 나무마저 잔뜩 휘었다.
그 아래 남자 하나가 웅크리고 앉았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그의 유일한 벗이 조랑말이다. 야윈 그 등에 올라타지도, 설령 탄다 한들 섬 밖으로 달아나지도 못할 망아지지만 너라도 있어 다행이다.
변시지의 1981년작 ‘절도(絶島)’는 끊어진 섬이라는 제목처럼 처연하다. 태풍으로 고립된 섬과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웅크리고 주저앉은 인간의 근원적 고독으로 꽉 찬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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