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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괴담] 묵직한 문

콩쥐땃쥐

306호의 화장실 문은 항상 묵직했다.

나는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문이 고장 났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을 쓰려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힘이 문을 붙잡고 있는 듯했다.

“문을 열 땐 힘을 많이 줘야 해.”

동거인이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이 저항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은 더 무거워졌다.

이제는 열 수도 닫을 수도 없었다.

“더 힘을 줘야 한다니까?”

나는 기만하는 듯한 그의 의중이 조금 의심스러웠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문이 망가진 거라면 사람을 쓰면 될 텐데."

내 질문에 동거인은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네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될 거야."

말은 허공에 메아리치며 스러진다.

스러짐이 잦다.

어느 날, 동거인이 사라졌다.

모든 흔적이 지워진 듯, 집 안은 불길할 만큼 조용했다.

이상한 점은, 화장실 문이 더 이상 묵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렇게 문을 닫은 순간, 깨달음이 나를 삼켰다.

단 한 번도 솔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음이 문득 내 입술을 통해 터져 나왔다.

단어를 몇 번이고 혀를 굴려 발음해본다.

“욕조에 담긴 건 물이 아니야.”

“욕조에 담긴 건 물이 아니야.”

“욕조에 담긴 건 물이 아니야.”

“욕조에 담긴 건 물이 아니야.”

“욕조에 담긴 건...”

그럼에도 문은 다시 묵직해지고.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napolihorror&ta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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