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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마음을 헤아리시길 바랍니다.
손흥민 선수가 단지 축구를 잘해서 슈퍼스타가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 프로야구 역사는 44년째 접어듭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프로야구의 탄생비화야 그렇다 칩시다.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이젠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작년 프로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 치솟았을 땐
단지 기아타이거즈의 팬이 아닌, 프로야구 자체에대한 감동과 고마움에
울컥했고, 이 자리까지 이르게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했습니다.
MLB를 보면서 우리 프로야구도 언젠가는 저런 구장에서, 저렇게 뛰어난 선수들이 활약하기를 바라왔습니다.
하지만 MLB의 겉모습만, 하드웨어만 쫒아간다고 해서 높은 수준의 리그가 되는 것은 아닐겁니다.
몇해전 까지만 해도 양키스나 요미우리의 선수들은 장발이나, 염색, 문신등이 금지되었었다고 합니다.
네. 구시대적인 발상이고 규제이겠죠.
하지만 명문구단에서 그렇게 하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에 대한 존중이죠.
단지 돈만 많이 받고 뛰면 된다는 속물적 생각이 아닌,
진심으로 야구를 좋아하고, 그에 상응하는 존중과 존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
그런 존중은 단지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만 국한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라는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 구단과 코치들 그리고 관중들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고도 믿기지 않았던 뉴스를 보았습니다.
다들 아실 그 뉴스 맞습니다.
기아 타이거즈 홍종표와 그 선수를 스프링캠프에 데리고 간 기아타이거즈 구단 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지역연고를 기반으로 합니다.
따라서 마치 귀속지위같은 느낌도 듭니다.
최근 MZ세대라고 하는 친구들은 그런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응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나이 13살에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그 이후 43년간 오로지 타이거즈 한 팀만을 보며 살았습니다.
80년대 중 후반 정치 사회적인 울분을 타이거즈라는 팀으로 위로 받고, 승화시켰다는 사실은
과장되었다고 여기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 나이 또래의 야구팬, 타이거즈의 팬분들이라면 어느정도의 공감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최근 광주FC의 선전은 해태타이거즈의 초창기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더독의 반란을 넘어서 메이저팀들을 씹어 먹어버리는 그 쾌감,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 마다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해태타이거즈를 인수하고, 지역기업인(엄밀히 따지면 기아가 광주 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기아자동차를 팀명으로, 타이거즈를 계승한다고 했을 땐, 이제 우리도 큰 기업이 모기업이라는 자부심, 그보다도 타이거즈정신을 계승하려 한다는 자부심에 기뻤습니다.
최소한 저에게 타이거즈라는 팀은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저의 십대 초반 부터 지금 오십대 초반에 이를 때 까지 스포츠에 관한한 저의 전부였던 팀입니다.
올림픽 중계와 겹쳐도 타이거즈를 봤으니까요.
네 그런 팀 입니다.
이번 일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한 순간 스치고 이내 사라져 버릴 미풍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니 소심한 경고 일수도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5차전 우승 확정후 한명재 캐스터의 가슴에 사무친 멘트입니다.
"광주,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을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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