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연봉 4100만원' 탈탈 털어 '킹캉스쿨' 수강 자청... 삼성 '미완의 대기', 포기란 단어 앞에서 새 희망 찾았다
1군 통산 77경기 타율 0.197. 2군 통산 326경기 타율 0.290.
올해로 프로 8년 차를 맞이하는 공민규(26·삼성 라이온즈)의 통산 성적이다. 퓨처스리그에서는 꾸준히 좋은 타격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좀처럼 침묵을 깨지 못하고 있다.
'포기'라는 단어까지 떠올리던 순간, 공민규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연봉에 맞먹는 투자를 감행하면서까지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나섰다. 그가 선택한 길은 '킹캉스쿨'에서의 훈련. 기술적인 발전과 함께 가장 중요했던 자신감도 얻어왔다.
공민규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많이 지쳐있었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뭐라도 다 해보고, 안 되면 인정하자'는 생각으로 미국으로 갔다"고 밝혔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8년 삼성에 입단한 공민규는 우투좌타의 내야 자원으로, 일발장타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퓨처스 올스타도 두 차례(2019, 2022년) 선정되는 등 2군에서는 더 보여줄 것이 없었다. 하지만 1군만 오면 좀처럼 그 모습이 나오지 못했다. 1군 첫 시즌인 2019년 28경기에서 타율 0.245와 3홈런을 기록한 것이 최고였다.
지난 프로 생활을 돌아본 공민규는 "처음에 운 좋게 기회를 잡았지만, 군대(상무)를 다녀온 이후 트렌드에 뒤처졌던 것 같다"며 "퓨처스에서는 잘했지만 1군에서는 제대로 하지 못한 시간이 길어졌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에도 1군 콜업 후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저지르고 2군으로 내려간 공민규는 점점 '포기'라는 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1군에서 실책을 저지르고 난 후 많이 내려놓았다. 부모님께도 얘기해봤다"며 "그 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벼랑 끝에 몰린 순간, 공민규는 도전에 나섰다. 그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8)가 운영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킹캉스쿨'에 한 달 동안 다녀왔다. 이동 경비와 수강료, 현지 체류 비용 등을 생각하면 지난해 연봉 4100만 원의 공민규에게는 다소 벅찰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투자에 나섰고, 만족스럽게 귀국했다.
공민규는 "어떻게든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 수소문한 끝에 어떻게 연이 닿아서 배우고 왔다"고 말했다. 거의 1년 연봉만큼 돈이 들었지만, 부모님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다녀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2군에서 잘하면 물론 좋지만, 2군에서 야구하려고 하는 건 아니잖나. 그래서 1년 치 연봉을 투자해서 갔다 오게 됐다"고 밝혔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공민규는 엄청난 땀을 흘렸다. 그는 "한 달 동안 거의 안 쉬고 매일 운동했다. 오전, 오후로 나눠서 계속해주셔서 한 달이 한 달 같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배워온 점에 대해 "타격에서 세밀한 부분, 그리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하고 있는 방향성이나 움직임 등을 많이 알려주셨다"고 전했다.
덕분에 공민규는 타격 이론에 대해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또한 자신감을 얻어온 것도 큰 소득이었다. 그는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하는 생활에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 점점 뒷전이 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이번에 미국을 다녀오면서 스스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시즌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수비도 미국에서 다시 정리했다. 공민규는 "강정호 선배님이 한국에서 수비를 제일 잘하시지 않았나. 수비도 직접 알려주시고, 메이저리그의 수비 스타일 등도 잘 챙겨주셔서 좋았다"고 했다.
강정호는 공민규에게 꾸준히 격려를 해주고 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민규는 잘 할 것 같다"고 말한 강정호는 그에게 "계속 경기에 나오면 (홈런) 20개는 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공민규가 한국에 온 후에도 강정호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함께 훈련을 했던 인천고 선배 김재환(두산)의 격려도 크게 작용했다. 김재환은 지난해 강정호와 겨우내 시간을 보낸 후 2023년 10개였던 홈런이 2024년에는 29개로 늘어나면서 효과를 봤다. 공민규는 "재환 선배님이 '나도 27살에 꽃피웠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김재환은 그에게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말고, 내년(2025년)에 안 돼도 다시 하면 된다"는 조언도 해줬다.
이렇듯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공민규지만, 뜻밖에도 다음 시즌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보여주려고만 했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준비했으니 그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의욕이 넘쳐 자칫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