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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돼먹고 자격 없어” 北김정은, 간부 대놓고 질책…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 개발 현장에서 건설 감독 간부들의 ‘극심한 직무태만’을 고강도로 질책하며 처벌을 지시했다. 삼지연시는 김정은 일가의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을 행정구역에 둔 곳으로, 김정은은 삼지연에서 국제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삼지연시 건설사업 전반을 현지 지도하고, 간부들의 무책임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김정은은 새로 지은 국내 관광객용 여관을 거론하며 “발전하는 시대적 요구와는 근본적으로 대치되게 낡고 뒤떨어진 기준으로 허술하게 시공했다”며 이를 개건‧보수하는데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했다.
특히 “심중한 부족점들을 준공검사에서 그대로 통과시켜 넘겨주는 무책임한 행위”를 했다며 간부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국가건설감독상 리순철에 대해 “준공검사를 시작한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삼지연시에 나가보지 않고 현지 지휘부 일군들에게만 방임했다”고 했다. 전 국가건설감독상에 대해서는 “현지에 나와 틀고 앉아서는 무책임하게 일하는 태도로 허송세월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당중앙과 정부의 요구와 지시,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다” “사상적 해이와 태업이 얼마나 극도에 이르렀는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 등의 표현으로 이들을 거칠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삼지연시 건설지휘부 준공검사위원회 관계자들은 전원 직무가 정지됐고, 건설 부문 정치그룹 책임자인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강직됐다. 김정은은 “이들을 법 기관에 즉시 넘겨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삼지연을 ‘산간 문화도시의 표준’이자 ‘본보기 지방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며 2018년쯤부터 유럽풍 전원주택 조성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해왔다. 김정은은 2021년 11월 이곳을 찾아 숙박시설 추가 건설, 도로‧철길 공사 추진 등 추가공사 지시를 내렸다. 삼지연 비행장과 철길 공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 추가공사는 대부분 완료됐다.
그러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자 김정은이 공사 관련자들을 문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가 직접 경제 현장을 찾아 특정 고위 간부를 지목하며 직무태만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건 일선 간부들의 공포감을 키우고 기강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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