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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1)
"A, 아버지께서 준비물 가져오셨어."
"아빠가요? 진짜요?"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얼른 다녀오렴."
"와! 이런 일 처음이에요!"
준비물을 갖고 오지 않아 시무룩했던 A는 기쁜 표정으로 교실을 나갔다.
A는 무척 기뻐보였다.
아빠가 늘 바빠서 이렇게 챙겨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A는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집으로도 돌아오지 않았다.
A의 아버지는 아직도 A를 기다리신다.
2)
도시에 올라온 지 일주일 째.
복합한 도시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여자 혼자 타지에 살기로 한 건 힘든 결정이었지만,
시골이나 다름없는 고향에서 도시로 취직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침마다 혼잡한 지하철의 사람들과 복잡한 노선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라, 개찰구에서 나오는데 교통카드가 없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지하철 안에서 흘린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표를 다시 사고 나왔다.
충전도 많이 되어 있었는데, 아까운 맘에 속이 쓰리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편물 함에 뭔가 있다.
열어보니 잃어버린 교통카드다!
잃어버린 카드를 직접 찾아주다니 도시사람들은 참 친절한 것 같다.
3)
금요일 밤.
다들 퇴근했지만 나 혼자 남아 있었다.
이번 주까지 꼭 끝내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램프를 보니 외부전화 같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이런 시간에 누굴까.
이상하게 생각하며,
"네, 기획과 **대리입니다."
"……."
대답이 없다.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뭐야 이런 시간대에 실수로 전화를 걸다니.
난 금요일 밤에 야근하는데!
바로 전화를 끊고 일을 재개했다.
잠시 후,
전화벨이 다시 울린다.
혹시 아까 그 사람인가.
"네!, 기획과 **대리입니다."
"……."
조금 언성을 높여 대답했다.
여전히 대답이 없다.
순간 울컥해서 소리 질렀다.
"실수라면 한 마디 정도 할 수 있잖아!? 뭐야 당신?!"
수화기를 내동댕이쳤다.
다행히 그 후로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
일에 계속 매진할 수 있었다.
날이 밝을 무렵에야 드디어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니 전화 음성사서함 램프가 점멸하고 있다.
음성 사서함 재생 버튼을 눌렀다.
"58 개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죄송해요."
"미안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미안해."
"용서해줄래요."
"미안해요..미안해요."
.
.
.
....
여자 목소리로 끊임없이 사과 음성이 녹음되어 있었다…….
4)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는데, 주택가이고 밤이 깊은 터라 열려 있는 상점 역시 없었다.
조금 걷다보니 집 근처 공원이 생각났다.
공원이라면 화장실이 있을 거다.
공원에 들어가니 과연 화장실이 있었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로 달려갔다.
사용금지라고 되어 있는 칸을 보고 절망했지만, 다행히 다른 옆 칸은 비어있었다.
볼 일을 마치니 긴장이 순식간에 풀렸다.
화장실 벽을 보니 여러 가지 낙서가 쓰여져 있었다.
그 중에 붉은 글씨로 운명적인 만남 이라는 글씨가 있었고,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낙서가 눈에 띄였다.
긴장도 풀렸거니와 술 취한 김에 전화를 걸었다.
순간 바로 옆 사용금지 화장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5)
여자친구와 교외로 드라이브 나갔다.
그런데 드라이브 중, 터널 속으로 나이, 성별, 복장에 통일감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 지어 걷고 있었다.
"등산 동호회인가? 그러기엔 사람이 조금 많은 거 같은데……."
갑자기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속력을 좀 더 내라고 재촉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었기에 이유도 묻지 않고 일단 사람을 가로질러 터널을 통과했다.
터널을 빠져나와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여자친구는 그제야 숨을 돌린 듯 했다.
여자친구에게 이유를 물었다.
"전부 신발을 안 신었어……."
생각해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돌아보니 터널이 길다고 해도 터널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다.
온 몸이 소름이 돋아 서둘러 산에서 빠져 나왔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그 터널 근처 산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 블랙박스에는 사고 직전, 승객에게 구두를 벗어 안전자세를 취하도록 한 안내방송이 있었다고 한다.
6)
한밤중에 친구가 술 마시자고 해서 나가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6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장난인가 싶어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갑자기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나타나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다.
무서운 모습에 아무 말도 못하고 꼼짝할 수밖 없었다.
다행히 문이 닫혀 여자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긴장되었다.
엘리베이터는 다시 내려가고 2층에서 멈췄다.
이번에는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가 타자 그제야 안심되었다.
이윽고 1층에서 내려 술집으로 향했다.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아까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아까 그 여자는 뭘까?"
"혹시 귀신 아닐까?"
그런데 문득 친구가 물었다.
"2층에서 탄 사람, 이상하지 않았어?"
생각해보니 2층이라면 계단으로 가늘게 더 빠를 텐데,
그리고 왠지 숨을 헐떡이는 것 같았다.
뭔가 서두르는 모습에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파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경찰들도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아파트 6층에 살던 여자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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