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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송자 불명의 택배 - 8

익명
8월

나는 우라카와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

우케츠 : 여보세요, 우케츠입니다.

우라카와 : 아! 큰 신세를 졌습니다.

우케츠 : 우라카와 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침착하고 들어주세요.

우라카와 : 네?

우케츠 : 택배를 보낸 쿠라모토 사나 씨는 올해 5월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우라카와 : ……………

———긴 침묵 끝에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라카와 : ……역시, 그랬군요.

우케츠 : "역시" ……무언가 짐작가는 게 있으시군요.

우라카와 씨. 슬슬 진실을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라카와 : ………………………….

우케츠 : 보내주신 사진을 봤을 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케츠 : 택배를 찍은 사진은 8개월 분밖에 없었습니다.

첫 택배가 도착한 건 작년 10월이죠.

우라카와 씨는 "택배가 매달 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케츠 : 사진은 전부 11개월 분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3개월 분은 어떻게 됐나요?

힌트는 증지에 있었습니다.

 

우케츠 : 증지에는 우체국 이름 이외에도 날짜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날짜 순서대로 사진을 나열하면 이상한 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우케츠 : 5월과 6월과 7월이 없습니다. 그리고 8월의 택배는 어째선지 증지가 뜯겨 있습니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증지는 말하자면 우표 같은 것.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즉 누군가가 일부러 뜯은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뜯은 것인가…… 우라카와 씨밖에 없죠.

우라카와 : ……네. ……말씀대로, 제가 뜯었습니다.

우케츠 : 그렇죠. 우라카와 씨는 저에게 8월 택배의 증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왜냐하면 거기엔 "5월"의 날짜가 인쇄되어 있었으니까요.

사실 이 택배는, 5월에 배달되었죠.

 

 

우케츠 : 사나 씨는 5월에 돌아가셨습니다. 다시 말해 6월부터는 택배가 도착하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5월에 도착한 "마지막" 택배를 "8월에 도착한 택배"라고 속였습니다.

"지금도 택배가 오고 있다고"…… 제가 그렇게 믿도록 하기 위해서요.

왜일까요?

 

단서는 택배 안에 있었습니다.

 

우케츠 : 우라카와 씨가 보내주신 택배를 봤을 때,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우케츠 : 사진을 봤을 때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지는 몰랐습니다.

틀린 그림 찾기처럼, 몇 번을 비교했을 때 이윽고 알아챘습니다.

 

 

우케츠 : 레토르트 카레의 측면에 적힌 소비기한입니다.

사진에 찍힌 건 [2023.12.29]인데, 제가 받은 실물에는 [2024.1.24]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예 다른 상품입니다.

카레만이 아니라 아마 다른 레토르트 식품들도, 즉석 밥도 전부 다른 거겠죠.

이 택배는 언뜻 보기엔 똑같지만, 내용물은 완전히 새로 갈아치운 거군요.

우라카와 : …………

우케츠 : 제가 우라카와 씨에게 "8월에 온 택배를 저에게 보내주세요"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우케츠 : 그 시점에서 택배 속의 음식은 이미 없었던 거 아닙니까?

그래서 당신은 서둘러 똑같은 제품들을 사서 똑같이 상자에 담아 저에게 보냈습니다.

음식이 이미 없다는 사실이 들키지 않도록.

어째서 그런 짓을 해야만 했을까요?

그리고, 들어 있던 음식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라카와 : …………제발, 그만해주시면 안될까요……?

우케츠 : 그만해요……? 저는 우라카와 씨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택배에 든 음식을 먹었던 겁니다.

———전화 너머로 우라카와 씨의 괴로운 신음이 들렸다.

우케츠 : "정체불명의 사람이 보낸 정체불명의 택배에 든 음식을 먹을 사람은 없다"……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행복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인인 쿠리하라 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사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라구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란 무엇인가. 이제야 알겠습니다.

"굶주린 적 없이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지난 10월에 우라카와 씨는 직장을 잃고 도망치듯 코마키다 맨션에 들어왔습니다.

월세 2만엔조차 힘겹게 낼 정도로 돈이 없었습니다.

그럴 때 갑자기 택배가 왔죠. 안에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갈등했을 겁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고.

그건 인간성을 버리는 부끄러운 짓이라고요.

그러나 배가 고파졌습니다. 돈도 없었고요.

우라카와 씨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음식에 손을 댔겠죠.

그로부터 매달 택배가 왔습니다. 우라카와 씨는 그걸 계속 드셨죠.

우라카와 씨에게 있어 정체불명의 발송자란, 삶을 도와주는 은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6월 이후로 무슨 이유에서인지 택배가 오지 않았습니다. 우라카와 씨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발송자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그러나 송장에 적힌 주소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름도 가명이었죠. 찾을 방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부탁하기로 했습니다.

우라카와 씨의 진짜 목적은 발송자의 주소를 찾고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솔직하게 말하면 "출처도 모르는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제게 들키고 맙니다. 그건 당신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죠.

그래서 "택배가 매달 도착해서 곤란하니, 진상을 밝혀 주세요"라는 거짓 고민을 지어냈습니다.

그렇죠?

———우라카와 씨는 훌쩍이고 있다.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우라카와 : 속여서…… 죄송합니다. ……그때는, 너무나도 배가 고팠어요.

재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기만 해도…… 교통비니 뭐니 해서 돈은 나가고, 알바도 안 받아주니…….

우케츠 : 힘드셨겠군요…….

우라카와 :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못 먹으니…… 정말로 움직일 수 없더군요.

정말, 팔과 다리가, 마치 신경이 끊어진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아서……. 생명의 위기라는 게 바로 이런 거였죠.

배가 고파서 먹거나, 맛있어서 먹는 그런 게 아니라, 죽고 싶지 않아서 먹었습니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먹었다구요. 그런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우케츠 : …………

우라카와 : 올해 4월에 드디어 꿈꾸던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작은 시골 공장인데, 월급은 적지만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어졌죠. 그리고 머지 않아서 그 택배는 뚝 끊기고 말았어요.

발송자가 누구인지, 어째서 이런 걸 보냈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도 그 택배가 없었다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생명의 은인이라구요.

적어도 감사 인사는 드리고 싶었어요…….

우케츠 : …………이건 말할지 말지 망설였는데, 그 택배 덕에 목숨을 건진 건 우라카와 씨만이 아닙니다.

우라카와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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