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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을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한다는 비보이 홍텐 - 인터뷰
Q.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A. 이름은 김홍열, 비보이 네임은 홍텐입니다. 98년도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25년 됐어요. 현재 플로우엑셀이란 크루와 레드불 비씨원 올스타에 소속돼 있으며,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어요. 폐회식에선 한국 선수단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A.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세계적인 행사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다는 게 사실 긴장되기도 했고, ‘태극기 잘 돌려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무엇보다 여태껏 열심히 춤을 추며 살아왔는데, 브레이킹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대회에서 값진 매달도 따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어 기뻤어요. 또 제가 걸어온 길에 함께해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Q. 주요 대회 심판으로 활약하면서 동시에 20살 어린 선수들과 배틀을 맞붙고 있죠. 현재 나이 만 38세, 2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요?
A.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겠죠. 어린 선수들은 생각한 동작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이제 동작의 난이도를 조금씩 낮춰가야 하는 몸이에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부분들이 아쉽긴 하네요.
하지만 신기한 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선수촌에 가서 꾸준히 운동하고 연습하니까 체력이 더 늘긴 하더라고요. 제 나이엔 현상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싶었는데, 아직 실력이 더 늘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말씀하신 대로 심사도 보고 대회 참가도 하는, 조금 희한한 위치인 것 같기는 해요. 저를 보는 사람들이 헷갈려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제 스스로는 재밌습니다.
Q. 그럼 반대로 연륜이 무기라고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A. 비보이가 보여줄 수 있는 춤 동작 하나하나를 무기라고 생각할 때, 저의 경우 어린 친구들보다 그런 동작을 특히 많이 만들어 뒀으니까 연륜이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브레이킹이란 장르는 몸을 상당히 많이 써야 하는데요. 다른 스탠딩 댄스 장르와 비교했을 때, 신체 능력을 비교적 많이 필요로 해요. 연륜을 활용하고 싶어도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실력에서 차이가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몸 관리는 필수입니다.
Q. 브레이킹 신에서 전설적인 비보이로서 홍텐이 그리는 국내 브레이킹의 미래에 대해서도 말해주세요. 후배 양성에도 관심이 많아 보여요.
A.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국내 브레이킹 신이 강했는데, 그 이후로는 사실 약간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듯해요. 현재 활동하는 비보이들의 뒤를 이을 다음 세대가 꾸준히 국내 브레이킹 신에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가까운 나라로 봤을 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비보이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하게 ‘한국의 어린 세대들이 브레이킹에 충분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까’겠죠. 저의 경우는 춤추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이 신에 들어오게 됐어요. 마찬가지로 저 역시 뭔가를 멋있게 보여줘서, 어린 친구들이 브레이킹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싶습니다. 브레이킹이 직업적인 면에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Q. 2024 파리 올림픽을 자신이 비보이로 참여하는 마지막 대회로 삼았는데 그 이후 목표가 있나요?
A. 일단 지금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그런데 이미 올해 벌써 많은 대회를 치르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어져서, 문득문득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요. 파리 올림픽 이후로는 일단 좀 휴식을 취하며 ‘넥스트 스텝’을 고민해 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브레이킹을 은퇴한다는 건 아니고요. 결국 다시 지금처럼 심사를 보며 대회에도 가끔씩 참여하면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이루어 놓은 것이 많을수록 잃을 것이 많다는 생각에 겁이 날 수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홍텐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이제 예전의 영광은 그냥 잊었어요. 잘했던 건 과거이고 지금은 제가 다시 한번 도전자의 위치에 와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에게 도전해서 이기면 제가 오히려 값진 승리를 얻는 것이고, 지면 지는 대로 지금 거기가 제 위치이겠거니 생각하며 다양한 기회들을 두드리고 도전하려 합니다.
사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언제까지 도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도전을 통해 제가 더 발전하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에요.
https://hypebeast.kr/2023/10/red-bull-bc-one-world-final-2023-france-paris-bboy-hongten-interview
나이도 나이고 작년에 이제 춤을 더이상 추면 안된다는 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큰 목 부상을 입었었는데 그래서인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듯
올림픽까지 무사히 치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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