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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용원 “마음만 먹으면 핵무장?...박정희 이후 핵 개발 노력 없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단독인터뷰
30년 넘게 국방부 취재한 ‘국방통’
1일 ‘원자력진흥법 개정안’ 발의
韓 ‘핵 잠재력’ 확보 위한 첫걸음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핵 개발을 시도한 건 사실이지만, 지난 40여년간 우리가 핵 개발을 위해 노력한 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유용원(60)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여권에서 ‘핵무장론’ 논의가 활발한 것과 관련해 “우리의 잠재 역량이 많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곧’이라 낙관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술력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것이다.
“美와 협상하려면 국내법 개정부터”
매경닷컴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유 의원의 집무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 의원은 지난 1993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32년간 국방부를 출입한 국방 전문기자였다. 제22대 국회에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유 의원은 지난 1일 ‘원자력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에 관한 규정에 ‘평화적 연구’와 ‘인류사회의 복지 증진’이라는 내용을 추가하는 게 골자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우 핵무기는 없지만, 사용 후 핵연료(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를 재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잠재적인 핵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의원은 한국 역시 일본처럼 급박한 안보 위기 때 곧바로 핵무장을 할 수 있는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의 단독 핵무장은 미국의 핵 확산금지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기에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경제제재, 내부 갈등 심화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직접 무장이 어렵긴 하나, 대북 안보를 고려했을 때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이 핵연료를 재처리할 능력을 갖추려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도 필수적이다. 유 의원은 “우리 국내 법이 오로지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인류 복지 증진만을 규정하고 있음을 제시한다면 이를 (미국과) 협상의 유리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를 위해 핵무기를 준비한다는 게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유 의원은 “필요한 경우 핵무기를 만들 역량을 갖추겠다는 게 곧 핵무장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점도 고려하면 국내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핵 잠재력 갖춰도 무기화 시간 걸려”
일반적으로 ‘핵무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중은 ‘핵미사일’, 즉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형태를 흔히 떠올린다. 그러나 미사일 등을 활용하는 ‘전략핵’ 외에도 제한된 목표물에 사용하는 ‘전술핵’, 가방 형태의 휴대용 핵무기 등 그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유 의원에게 ‘핵 잠재력은 어떤 형태의 무기를 염두에 둔 것인가’라고 묻자 “밀가루가 없는데 어떤 빵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핵 원료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그 권한을 정당하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원료를 확보하면 유사시 무기화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까. 유 의원은 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빠르면 6개월에서 1년 안에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낙관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그야말로 원료”라며 “실제로 이걸 터뜨릴 수 있는 기폭 장치 등 무기와 관련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0~95% 이상 고농축 우라늄 등 원료를 확보하는 과정, 또 그걸 안정적으로 무기화하는 과정은 별개라는 지적이다.
그는 “관련 기술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연구할 수밖에 없다”며 “제가 모든 비밀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후에는 군에서 그런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계통에 객관적으로 얘기하시는 분들도 그 기간(6개월~1년) 내에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 의원은 “통 크고 시원시원한 외교 관행을 보여온 트럼프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되,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는 협상은 분명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진단이다.
“소총도 80년대에 개발”…안보 지적
유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현실화, 북러 군사 밀착 등으로 불안정해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전략자산도 중요하지만, 차기 제식소총 사업 등 장병 개인의 전투력 증진에도 정부와 군이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이라크, 아프간군을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군대로 생각하지 않느냐”며 “그런 이라크, 아프간군도 병기에 레일, 광학장비를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1980년대에 개발된 소총을 아직도 쓸 만큼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는 “저도 두 아들을 둔 부모로서 안타까운 젊은 군인의 희생에 대해 다시 한번 애도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은 여야가 특검 도입을 놓고 치열하게 대치 중인 사안이다.
8일 발표된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하실 수 있을 때까지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의원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북핵 재앙을 막고자 ‘대한민국 핵잠재력 확보전략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또 이를 계기로 국회 무궁화포럼 발대식도 갖는다. 토론회에서는 박인국 전 유엔대사가 기조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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