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카리나가 든 CD플레이어 ‘소품 아닙니다’…아이돌 앨범도 ‘복고’ 바람
에스파 CDP 앨범·(여자)아이들 카세트테이프 앨범 눈길
레트로 감성과 스마트 기능 결합한 ‘태그 엘피’ 앨범도
케이(K)팝계에 와이투케이(Y2K)로 대변되는 복고 감성이 유행하는 가운데, 실물 음반에도 레트로 바람이 불고 있다. 시디플레이어(CDP)까지 포함한 음반이 나오는가 하면, 카세트테이프와 미니어처 엘피(LP)도 등장했다.
그룹 에스파는 최근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을 발매하면서 시디플레이어가 포함된 음반 패키지를 내놨다. 14만5천원에 시디와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시디플레이어, 포토카드 등 각종 굿즈를 준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달 1·2차 예약 판매 물량이 순식간에 동났다. 에스파 멤버들조차 “나도 갖고 싶은데 못 구했다”며 탐냈다. 재판매 요구가 쏟아지자 지난 10일 3차 예약 판매를 진행했는데, 이 또한 곧바로 품절됐다. 예약 판매분은 7월부터 순차적으로 배송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벌써부터 웃돈을 얹어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소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무형적 가치의 음악을 실물로 소유하고 더 나아가 감상까지 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시디플레이어 음반을 기획했다. 데뷔 4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인 만큼 오래 기다린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은 시디를 실제로 재생하는 일이 좀처럼 드물다. 음악을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듣는 시대가 되면서 노트북과 자동차에서도 시디플레이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케이팝 팬들은 시디를 굿즈 개념으로 사고, 음악은 디지털로 감상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시디에 담긴 음악을 직접 감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시디플레이어는 음향 기기 전문 회사 아이리버가 제조했다. 에스파가 새 앨범을 내기 전 유튜브에 공개한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 속 시디플레이어를 실물로 구현한 것이어서 더욱 소장욕을 자극한다. 블루투스 기능으로 무선 이어폰이나 외부 스피커와도 연동되고, 유에스비(USB) 시(C)타입 케이블 충전이 가능해 실용성도 좋다. 이 때문에 에스파 팬뿐 아니라 일반인도 구매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고 에스엠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룹 (여자)아이들은 7월8일 발매하는 미니 7집 ‘아이 스웨이’를 카세트테이프 버전으로도 내놓는다. 과거 일부 아이돌 가수가 엘피나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낸 적이 없지 않지만, 최근 레트로 바람 속에 (여자)아이들의 이번 발매가 더욱 관심을 모은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여자)아이들의 새 앨범이 와이투케이 감성이라 카세트테이프 버전도 발매하게 됐다. 실용성보다는 소장용 아이템으로,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까지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1990년대 시디가 대중화되기 전 주로 사용했던 카세트테이프는 이제 유물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 때문에 9와 숫자들, 콩코드 등 복고적인 음악을 하는 인디 밴드들이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내곤 했는데, 주류인 케이팝계로도 번졌다. 김학선 평론가는 “카세트테이프는 바이닐(LP)보다도 더 복고적이며 아날로그에 가까운 매체라는 이미지가 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레트로 감성과 함께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매체란 힙한 감성까지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트로 감성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레트로’ 앨범도 등장했다. 네모즈랩은 시디 대신 스마트 카드를 담은 ‘네모 앨범’을 발매하는 회사다. 앨범 패키지가 카세트테이프보다도 작아 수집과 보관에 용이할 뿐 아니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악,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국어로 감상할 수 있어 시디를 대체하는 새로운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네모즈랩은 지난해 지름 4.5㎝짜리 미니어처 엘피 모양의 ‘태그 엘피’ 버전 네모 앨범을 출시했다. 레트로 감성의 미니어처 엘피에 스마트 기능을 담았다. 블랙핑크 지수, 비비, 트레저, 국카스텐, 루시, 이승윤, 몬스타엑스 아이엠, 김필, 홍이삭 등 아이돌부터 록밴드까지 다양한 음악인들이 태그 엘피 앨범을 발매했다. 네모즈랩 관계자는 “태그 엘피 전용 플레이어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