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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둔촌주공 구하기' 끝은 어디인가?
[주장] 국토부, '부부공동명의 변경 허용 검토' 밝혀 논란...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초지일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정책이 있다면 '집값 떠받치기'다. 정부는 '집값 떠받치기'에 정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데, 얼마나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둔촌주공(현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보면 된다.
윤 정부는 단군 이래 최대의 단일 재건축 사업장이라 할 둔촌주공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절체절명의 위기가 도래하자 둔촌주공 일병을 구하기 위해 거의 모든 규제들을 푼 바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도움에 힘입어 둔촌주공은 가까스로 완판될 수 있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둔촌주공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수반되는 실거주의무가 있었는데 윤 정부는 실거주자 보호 운운하며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고 그 결과 여야 합의로 실거주의무가 3년 유예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출을 받아야 하니 부부공동명의를 허용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고 국토부가 부부공동명의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릴 태세다. 물론 이는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윤 정부의 둔촌주공 일병구하기를 보고 있자면 '집값 떠받치기'를 위해 대한민국의 근간이 모두 허물어지고 있다는 절망감이 엄습한다.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에 올인한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벽두에 이른바 '1.3 미분양대책'이라고 명명된 대책으로 분양시장 관련 정상화 조치를 사실상 전부 해제한 바 있다. 해당 대책은 전매제한을 사실상 1년으로 줄이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하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축소하는 한편 주택 소유자 무순위 청약 신청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무주택자가 아닌 건설사, 시행사, 유주택자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해야 온당한 대책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1.3 미분양대책'이 황급히 등장한 배경이다. '1.3 미분양대책'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1만 2032가구)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의 다른 이름이었다. 당시 둔촌주공의 대량 미분양 사태는 분양시장의 최대 악재일 뿐 아니라 대세하락 중이던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를 더욱 가파르게 할 치명적재료였다.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던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른바 '둔촌주공 완판'을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분양권 전매제한 1년으로 축소·실거주 의무 폐지 ▲전용면적 84㎡ 청약 당첨자를 위한 12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허용 ▲무순위 접수 유주택자 허용 등 둔촌주공 3종 선물세트가 등장한 것이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전부 쏟아부은 것인데 그러다 보니 전국에서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자금들이 몰려왔고 둔촌주공 일반분양물량은 완판될 수 있었다.
윤 정부, 실거주의무폐지까지 공언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특히 윤 정부는 둔촌주공을 완판시키겠다는 일념에 절대 풀어서는 안 되는 실거주의무폐지를 공언함으로써 둔촌주공을 위시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공동주택의 일반 분양물량을 단기 투기 목적으로 구매한 수분양자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본디 실거주 의무는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는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분양가가 주변 시세 보다 저렴할수록 실거주 의무기간이 길어진다) 동안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단기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실거주 의무제도의 취지다.
실거주의무제는 입법사안이기 때문에 행정부가 애초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는 둔촌주공을 완판시킬 욕심에 실거주의무제 폐지를 공언했고 이를 믿고 둔촌주공의 분양권을 구입한 수분양자들은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분양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준공 후 전세를 주고 그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실거주의무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자 둔촌주공 분양권자들은 난리가 났고 결국 여야 합의로 실거주의무제를 3년간 유예해주는 것으로 주택법이 개정된 바 있다.
이젠 주택법까지 어기면서 둔촌주공을 도우려는 국토부
여기까지만 봐도 둔촌주공 구하기에 쏟은 윤 정부의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지극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주택법이 시행되면서 부부 공동명의와 관련된 혼선이 일자, 지난 18일 국토부 관계자가 "실거주 의무 주택의 부부 공동명의 변경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힌 것이다. 물론 이는 완벽한 법률위반행위다.
주택법 57조의 2의 2항을 보면 거주의무자는 거주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주택을 양도할 수 없다. 이견이나 해석이 불필요할만큼 명확하게 조문이 규정하고 있는데, 양도에 부부공동명의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풀이하자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입주자는 당첨자이자 계약자로서 부부 가운데 일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부공동명의로의 소유권 변경은 증여에 해당함으로 명백한 법 위반이다. 한편 실거주의무를 위반한 입주자는 당해 주택의 소유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이전해야 할 뿐더러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현 상황만큼 충격적인 건 국토부 관계자의 발언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주택법) 법문이 바뀌었을 뿐이지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며 "이 경우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다.
살다 살다 이런 해괴하고 도착적인 얘긴 처음 듣는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하고 듣는 말 중 하나가 "법대로 하자"는 말이다. 법이 바뀌면 상황이 어떻건 그 법에 따라야 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내 현실이 이러하니 법이 어떻게 바뀌었건 간에 나는 내 현실대로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행동하는 자는 범법자가 된다.
그런데 국토부 관계자라는 공무원은 '법이 바뀌었다 해도 상황이 바뀐 것이 없으니 상황에 따라 법을 마음대로 해석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본디 국회는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의회가 만든 법을 집행하며, 법원은 법을 해석한다. 이게 삼권분립의 근간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법의 집행을 책임진 행정부가 고작 둔촌주공을 위해 의회의 권한과 권능을 침해하면서까지 법을 사문화시키고 있는 광경이다. 무참하고 절망스럽다.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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