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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내 성폭력, 피해자가 협조 의사 못 밝혀도 조사하기로
성폭력·스토킹 조사 중단 조건
‘피해자 협조 않는 경우’ → ‘반대 않는 경우’
2차 피해 우려해 의사 밝히기 어려운 점 고려
피해자 보호 강화 차원
경찰이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스토킹사건 등 성범죄에 대해 앞으로 피해자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도 조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관련 훈령을 바꿨다. 피해자가 동료 가해자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할 것 등을 우려해 협조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에도 조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직 내 성비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국가경찰위원회는 이달 3일 회의를 열고 성희롱·성폭력·스토킹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조사에 반대하는 경우’에만 조사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2차 피해 방지와 그 처리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훈령안’을 의결했다. 기존 규칙 10조는 ‘조사관은 피해자가 조사 신청을 취소 또는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는 조사를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를 고친 것.
그간 경찰 내 성희롱·성폭력·스토킹 사건에선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다양한 이유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예컨대 가해자가 상관일 경우 2차피해를 우려해 막상 신고해놓고도 조사에는 협조하지 않을 우려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문구를 변경함에 따라 앞으로는 조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게 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청은 경찰위 보고에서 “(이같이 조치는) 피해자 보호 차원이자, 조사자가 임의로 ‘협조하지 않는 경우’라고 판단하고 조사를 중지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여성가족부로부터 이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실무 차원에서 조언을 듣고 훈령 개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진일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찰위 측은 “경찰과 같이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를 가진 경우, 성범죄 관련 피해자에 대해 더욱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건전한 직장문화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사후에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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