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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이버렉카'에 칼 빼들었다…"아티스트 보호"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이유로 법적절차…알려진 것만 네 곳
美 로펌 등과 공조해 정보공개명령신청 절차 밟아
"조직화·기업화된 세력으로 의심 받는 곳들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최근 하이브(HYBE) 소속 아티스트를 조롱하고 비방 영상을 대거 올려 K팝 팬덤 사이에서 악명을 떨치던 일명 '사이버렉카' 채널들이 대거 고소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에 몰려드는 렉카(견인차)처럼 연예인 관련 내용에 달려들어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사이버 렉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학교 7학년' '길티 아카이브' '숏차장' '이슈피드' 등 올해 들어 하이브가 아티스트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법적절차에 착수한 소셜 미디어 채널은 알려진 것만 네 곳에 달한다.
특히 X(옛 트위터), 유튜브 등 그간 고소가 어렵다고 여겨지던 해외 플랫폼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하이브가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서버가 외국에 있어 국내 경찰에 고소하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았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르세라핌'이 소속된 쏘스뮤직의 고소 소식이 알려지자 구독자 30만명에 달하던 유튜브 채널 이슈피드는 채널을 비공개로 돌리고 잠적했다. 이슈피드가 운영하던 틱톡, 티스토리 계정도 비공개 전환했다. 해당 채널은 하이브 아티스트 외에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브'의 장원영에 대한 악질적인 공격을 이어온 곳이다.
유튜브 채널 '숏차장' 역시 쏘스뮤직이 법적절차를 진행중인 곳이다. 쏘스뮤직이 미국 법원에 숏차장 채널 운영자의 신원정보공개 요청을 넣은 소식이 알려지자, 숏차장은 사과문을 게재하고 문제 영상들을 삭제조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4월 뉴진스를 상대로 비방영상을 게재하던 유튜브 채널 '중학교 7학년' 운영자에 대한 신상공개 명령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에 신청했다.
그 다음달에는 X에서 활동하는 '길티 아카이브' 채널 운영자에 대한 신상공개 명령도 청구했다. 길티 아카이브는 하이브가 특정 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7학년, 길티 아카이브, 숏차장, 이슈피드 정보공개 청구서를 살펴보면 유진 김이라는 이름의 미국 변호사가 사건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미국법원으로부터 신원정보공개 명령을 얻기 위해선 현지 변호사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사이버렉카에 대한 산하 레이블의 민원을 접수한 하이브가 현지 로펌을 통해 법적절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유튜브, X 등 해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신원 특정이 어려워 사이버 렉카들이 활개칠 수 있는 진앙지로 꼽혀왔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가 덜미를 잡힌 뒤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사이버 렉카 줄고소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인천지검은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가 에스파와 아이브 등의 아이돌 그룹에 대한 허위 비방 영상을 수백개 업로드해 2021년 6월부터 2년 동안 2억원이 넘는 범죄 수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이브가 겨냥하고 있는 사이버렉카 중엔 탈덕수용소 같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화, 기업화된 세력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곳들도 있다"며 "기업형 역바이럴 업체의 존재와 활동 여부가 사실로 드러나면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개인의 악플 수준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이나 경쟁적 이해관계에 기반해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비방 게시물을 제작하고 지식재산권(IP)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K팝 업계는 이 부분이 향후 수사 등으로 명확히 밝혀지길 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비방용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올리면 K팝 아티스트의 가치가 훼손돼 세계적인 IP로 성장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나, 불순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게시물은 반드시 뿌리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훈 기자(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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