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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첨가된 SF소설들 추천
ㅊㅊ ㄷㅋ
방금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다 읽고 눈물콧물 빼다가 갑자기 뽕차서 글 쓰러 왔다
우리나라에도 요즘 SF소설이 많이 대중화된거 같아서 기쁘기도 하지만 아직
SF장르 잘 모르는 더쿠들에게 (특히) 여성SF작가들 책 추천하면 어떨가 싶어서 몇가지 추천해볼게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들>이랑 후속작 <증언들>
시녀이야기는 핸드메이즈테일 이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아마 아는 더쿠들 많을거야
진짜 옛날에 읽을때는 가상의 길리어드가 참 숨이 막히네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었는데
(북한+이슬람을 섞어놓은 듯한 곳임)
점점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길리어드처럼 변한다는게 믿기지도 않고 씁쓸하네
출생률이 곤두박질 치는 근미래 시대에 인셀놈들이 쿠테타를 일으켜서 미국에 길리어드 라는
이슬람과 비슷한 국가를 세워서 여자를 억압하는데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순응하거나 체제에 반항하는 여자들이 나와
시녀이야기에서는 끝에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 모호하게 끝나는데 증언들 맨마지막에 언급이 되니
첫번째 책만 읽은 사람들은 꼭 증언들 읽어줘, 재미면에서는 증언들이 월등히 뛰어남
엘리자베스 문의 <잔류인구>
외계인과 지구인의 퍼스트컨택트에 대해 다루는 책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거창한게 아니라 되게 목가적이고 슴슴함
행성개척때문에 외딴 행성에서 농사지으면서 살던 할머니가 이주를 거부하고 혼자 남아서
밥해먹고 유유자적 살다가 갑자기 거기 원래 살던 외계인들이랑 조우하게 되는 이야기
SF에서 여자주인공도 드문데 할머니라니 되게 신선하고 재밌었어
어딜가나 악랄한 대기업들이 설쳐대서 서민들 들들볶는건 똑같다 싶다가도
외계인이랑 주인공이 종, 성별을 넘어서 이해하는 과정이 감동적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 <킨> <와일드시드>
60 70년대 SF문학계도 다르곳과 다를바없이 여자들에게 굉장히 배타적이었는데 이 작가는 여자인데다 흑인이었음
백인여자도 발붙이기 힘든 곳에 흑인여자라니 얼마나 작품활동이 고달팠을지 짐작이 안된다
이 작가 책은 본인처럼 거의 흑인여성이 주인공임
블러드차일드는 단편집이니깐 제일 찍먹하기 좋으니 먼저 읽어보길 추천하고 개인적으론 킨을 제일 재밌게 봤음
킨은 드라마화 돼서 디플에서 볼 수 있어
주인공은 유전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 수 있는데 그걸 통제할 순 없어
과거는 자신의 조상과 관련있는 시간대와 장소만 가게되는데 하필 노예제가 성행했던
미국남부로 가게됨, 흑인여성한테는 그냥 생지옥이지
다른 책들도 흑인&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게되는 차별과 모욕을 견디고 이겨내는 내용이 많아
읽다보면 분노가 차오를 거 같지만 문체가 우아하고 담담해서 그렇지는 않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체체파리의 비법> <마지막으로 할만한 멋진 일>
이름이 남자같다고? 맞음 남자필명으로 활동했어
군인이력에 문체도 박력있어서 나중에 여자로 밝혀지고 나서 엄청 논란이 많았었음
유명 남자작가가 팁트리 주니어가 남자일리 없어! 여자는 이런글을 못쓴다고 시전했다가 망신당했다나
두 책 다 단편집이라 부담없이 읽기 좋아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 3권이 다 단편집이네
장편을 안썼는지 우리나라에 번역된게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체체파리의 비법 어릴때 읽고 많이 충격적이었는데 지금 소설에서 묘사한 그런 현실에 살고 있는걸 보니
작가라는 직업은 참 통찰력이 좋다고 해야하나 그렇네
번역때문인지 원래 작가문체가 그런건지 그리고 단편집이라 배경설명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처음 읽을때는 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꼭 끝까지 다 봐줘 정말 멋진 작품들임 ㅜ
N K 제미신 <부서진 대지 3부작>
지금까지 소개한 작가중에 제일 젊은 작가인듯하네
이 작가 읽어본건 이 시리즈 3권이 전부지만 엄청 뇌리에 박혀있어
설정도 독창적이고 흡입력도 좋아서 두꺼운 책이지만 3권 다 순식간에 읽었음
척박한 세계에 금지된 능력을 가진 특별한 종족이 있고 그 종족으로 태어난 여자의 일대기를 보여주는데
금지된 능력을 가진 이들과 그걸 통제하는 이들, 죽이려는 이들, 그리고 고대에 그런 능력이 왜 생겼는지,
여주인공을 쫓아다니는 괴상한 생명체의 정체는 뭔지 후하
진짜 스케일이 크고 재밌는 작품이야
<혁명하는 여자들>
SF여성 작가들의 단편만 모은 단편집이야
모르는 작가도 있고 아는 작가도 있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음
보다가 혈압올라서 던져버릴 뻔한 적도 있었지만 (결말때문에 ㅋ)
르귄의 단편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 추천
어슐러 K 르귄의 <바람의 열두방향> <서부해안 연대기> <어둠의 왼손> <빼앗긴 자들>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르귄 ㅜㅜㅜㅜㅜㅜㅜ
추천한 책 말고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건 다 읽어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어스시 시리즈로 유명해서 판타지 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역시 르귄의 근본은 SF 인듯
바람의 열두방향은 단편집이니 먼저 읽어보고 르귄의 스타일이 이렇구나 찍먹한 다음에
다른책으로 넘어가면 될거 같아
주로 다른 체제와 종, 문화권의 이질적인 존재들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외계의 눈으로 다시 우리를 탐색하는 내용들이 많아
아마 부모도 남편도 인류학자이다보니 인류학자의 시각이 들어간 느낌이야
우아하고 아름다운 문체에 등장인물들도 뭔가 숭고한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옴
추천한 책 모두 재밌게 읽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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