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0억 투수의 참치쇼 선택…스넬, 토크쇼 불참으로 빚어진 해프닝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33·LA 다저스)이 일본 도쿄에서 일으킨 ‘노쇼 사태’가 현지 팬들의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유료 토크쇼에 불참한 채 고급 디너쇼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방한 당시 노쇼 사건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스넬은 최근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가 출전하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도쿄 시리즈 일환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이번 행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 국제화를 위해 기획한 것으로, 다저스는 15~16일 NPB 한신 타이거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치른 뒤, 18일과 19일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논란은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신과의 연습경기 이후 발생했다. 경기 후 다저스 선수단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일본인 선수들이 주최한 디너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고급 초밥과 참치 해체 쇼 등 일본 전통 음식이 제공됐으며, 스넬 역시 SNS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행사 사진을 게재했다.
문제는 이와 거의 같은 시간, 스넬이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3만 엔(약 29만 원)짜리 유료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토크쇼는 스넬과 과거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약했던 이와쿠마 히사시가 함께해 다저스의 일본인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넬은 컨디션 불량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고, 급히 메이저리그와 NPB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활동했던 애덤 존스가 대타로 출연했다.
도쿄 스포츠는 "스넬의 행동은 일본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며 "유료 토크쇼를 건너뛰고 고급 디너쇼에 참석한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넬이 디너쇼에 참석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일본 팬들은 "토크쇼를 건너뛰고 참치 해체 쇼를 보러 간 건 모순적이다", "컨디션이 문제였다면 디너쇼에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 "3만 엔은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 언론 동스포 웹은 "팀의 식사 모임도 중요한 일이지만, 유료 이벤트에 대한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도 무겁다"고 강조하며 팬들의 불만을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팬들을 기만하지 않고 스케줄이 겹쳤다고 솔직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며 스넬의 변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은 2019년 호날두의 한국 노쇼 사태를 연상케 한다. 당시 유벤투스 소속이던 호날두는 K리그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에 출전하기로 했으나 단 1분도 뛰지 않고 벤치에 앉아 관중들을 실망시켰다.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호날두를 보기 위해 몰렸지만, 결국 그는 경기장에서 구경만 하고 떠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스넬은 지난겨울 다저스와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650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특급 투수다. 2018년 사이영상 수상자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인 2023년에도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좌완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 노쇼 논란으로 인해 일본 팬들로부터 ‘비매너 플레이어’라는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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