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600세이브 대기록 무산…새로운 역할로 팀에 기여
KBO 리그를 대표하는 '끝판대장'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의 한미일 통산 600세이브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 앞에서 오승환은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며 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최근 오승환의 활용 방안에 대해 "지난해부터 본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올 시즌 그가 6회와 7회를 책임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발 투수가 6회까지 던졌을 경우 원 포인트 투수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으며, 특정 상황에서는 이닝을 끝내는 투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3.50이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대구 LG전에서는 1이닝 동안 3피안타와 1개의 몸에 맞는 볼로 3실점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15일 광주 KIA전에서는 1이닝 퍼펙트 투구로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오승환은 올해로 21년 차 베테랑이 됐다. 그는 한국(KBO), 일본(NPB), 미국(MLB)을 통틀어 총 549세이브를 기록하며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서의 위상을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구위 저하로 인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 시즌 역시 나이와 컨디션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박진만 감독은 "마무리 역할은 정해져 있는 만큼 오승환은 7~8회를 중심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만약 김태훈과 임창민 등 필승조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일 경우, 오승환이 그 공백을 메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9회 등판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계획에 없다"며 선을 그었다.
오승환 본인도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본인에게 이런 변화를 계속 설명했고, 본인도 자신의 역할이 이제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며 "불안함 없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KBO 리그를 넘어 세계적인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떨쳤던 오승환이지만, 이제는 세월과 함께 변하는 역할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600세이브라는 대기록 달성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팀에 필요한 존재로서 그의 경험과 노련함이 빛을 발휘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승환의 새로운 도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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